모르다 1
모르는 데 모른다고 하겠지. 알면서 모른다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알기에 알고, 모르기에 모른다. 그런데 알더라도 더 배우려 한다. 모르는 결을 알기에 배우려 한다. 모르니까 못 배운다.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니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줄줄이 모르기 마련이다. 사랑을 알기에 더 사랑스러운 길을 배우려고 나선다. 사랑을 모르기에 사랑하고 자꾸 동떨어진 길을 가는데에도 스스로 모르고 못 느끼며 나뒹굴고야 만다. 무엇을 안다면, 무엇을 모르는가를 안다는 뜻이라고 느낀다. 알기에 배우고, 모르기에 못 배운다. 알기에 새로 배우면서 글 한 줄을 쓰려고 땀흘릴 테고, 모르기에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를 그야말로 모르는 채 쳇바퀴를 도는 글을 쓴다거나 다른 사람 글을 베끼거나 흉내내거나 훔치는 짓도 일삼는다. 이렇게 하고도 까맣게 모르니 스스로 무슨 짓을 했는지 못 느끼고 무덤덤하구나 싶다. 1999.9.4.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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