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씁니다 ― 32. 널방아



  우리 아이들이 곁에 와 주었기에 새롭게 지은 낱말이 무척 많습니다. 아이들은 즐거운 놀이로 이야기를 피웠고, 저는 이 이야기를 헤아리면서 말씨를 가다듬어 낱말을 품었습니다. 이때에 곁님이 몇 마디를 거들면서 말 한 마디가 꽃으로 거듭나는 손길을 일깨웠어요. ‘널방아’라는 낱말은, ‘널뛰기’하고 ‘엉덩방아’ 두 가지 말씨에서 귀띔을 얻어서 지었습니다. 널을 엉덩방아질로 뛰면서 놀기에 ‘널 + 방아’로 엮었지요. 새롭게 지었다고도 하겠지만, 신나게 놀면서 저절로 태어난 이 낱말이 살가워서 동시를 쓰고 싶었어요. 어떻게 쓰면 좋으려나 하고 한참 생각하다가 문득 말로도 널을 뛰듯 놀아 보자 싶더군요. 널뛰기를 할 적에 널을 밟아서 서로 콩 쿵 떡을 찧듯이 서로 띄우는데요, ‘널빤’하고 ‘너를(널)’이란 소리가 맞물리네요. 널을 찧으며 널 하늘로 날립니다. 너를 날렸으니 이제 ‘날(나를)’ 날릴 때입니다. 한 발 두 발, 아니 한 엉덩질 두 엉덩질이 모여 콩떡을 찧고 쿵딱을 빻습니다. 엉덩질은 마치 엉덩춤 같습니다. 엉덩이에 불이 나는 널방아를 놀면서 웃음이 그치지 않습니다. 높이 솟으며 재 너머로도 구경하고, 높이 솟았다가 떨어지면서 눈꽃송이를, 봄꽃송이를 살며시 잡거나 안으면서 바람을 가릅니다. 우리 하루는 언제나 놀이입니다. 놀면서 생각이 자라고, 놀다가 마음이 든든히 일어섭니다. 같이 놀면서 같이 생각해요. 어린이하고 놀며 언제나 맑게 바라보는 눈썰미가 되어요. ㅅㄴㄹ



널방아


널 하늘로 날리고

날 구름으로 띄우고

넌 빗물을 타고

난 별똥을 넘고


너흴 재 너머 올리고

우릴 등성이로 보내고

너흰 눈꽃을 잡고

우린 봄꽃을 안고


디딜방아를 밟고

물레방아를 돌리고

입방아를 찧고

널방아를 놀고


콩 쿵 쿵떡 콩딱

내 엉덩맛 봐라

네 엉덩춤 볼까

엉덩방아 불타는 한판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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