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
우리 어머니는 국민학교만 마쳤다는데 글을 얼마나 잘 쓰고 글씨도 얼마나 정갈한지 모른다. 학교에서 내준 숙제가 너무 많아 내가 밤 열두 시에도 숙제가 안 끝나니, 어머니가 푸념하네. “에그, 무슨 학교가 애들한테 숙제를 이리 많이 내냐? 어디 봐 봐. 또 뭐 해야 해? 너희 담임선생 그렇게 안 봤는데 너무하는구나. 애를 재울 수 없잖아.” 어머니는 독후감 숙제를 둘 해주기로 했다. 어머니는 척척 독후감을 써낸다. 어머니가 쓴 독후감을 읽어 보는데 매우 훌륭하다. 와, 이 독후감 숙제로 우수상까지 받겠는걸. 우리 어머니 재주꾼이네. 글꾼이네. 부럽다. 나도 우리 어머니처럼 살림도 잘하고 글도 잘 쓰는 착하고 참한 어른이 되고 싶다. 1984.5.8.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