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1
글을 쓰면서 눈물이 흐르지 않는다면 글종이를 찢어버려야 한다. 아니 불쏘시개로 삼아야지. 굳이 찢어버리면 종이가 아깝고 불쌍하다. 1995.5.1.
눈물 2
어떤 분이 묻는다. “저기, 그 글 아주 좋았어요. 어떻게 그런 글을 쓸 수 있었나요?” 한동안 말을 못하다가 살며시 말길을 튼다. “좀 말하기 쉽지 않아서 뜸을 들였어요. 그 글을 생각하니 왈칵 눈물이 나올 뻔했어요.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글이네요. 그 글 있잖습니까, 좋게 읽어 주셔서 고마워요. 저는 그 글을 쓰면서 눈물이 볼을 타고 주르르 흐르면서 방울이 져서 뚝뚝 떨어지는데요, 손등에 눈물이 튀면서 글판을 적셨어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쓴 글이니 남들이 그 글을 좋게 읽어 주건 말건, 저 스스로 기쁘게 쓸 수 있었어요. 2005.5.1.
눈물 3
아프지 않으면서 아픈 글을 쓸 수 없다. 슬프지 않으면서 슬픈 글을 쓸 수 없다. 그러니까 웃지 않으면서 웃긴 글을 쓸 수 없고, 즐겁지 않으면서 즐거운 글을 쓸 수 없다. 맛없거나 멋없는 글이라면 왜 맛없거나 멋없을까? 그 글을 쓴 사람 스스로 그때에 아무런 맛도 멋도 없었기 때문이지. 나는 글을 쓰면서 툭하면 눈물을 짓는다. 슬픈 이야기를 써도 눈물이 절로 나와서 손등이랑 책상을 적시지만, 신나는 이야기를 써도 어쩜 이렇게 신나는 이야기를 내가 다 풀어낼 수 있었나 싶어 참으로 반갑고 기뻐서도 눈물이 난다. 스스로 눈물을 흘리면서 쓸 수 있다면 된다. 그 글은 길이 남는다. 2015.5.1.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