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2.25.
《마야는 텃밭이 좋아요》
레나 안데르손 글·그림/김민철 옮김, 청어람미디어, 2014.11.15.
새벽 두 시에 일어나 부엌을 치우고 짐을 꾸린다. 오늘 서울로 낮 두 시 무렵까지 가려고 하다 보니 부산히 움직여야 한다. 고흥읍에서 타는 고속버스로는 좀 어림없는 때라 순천으로 건너가서 고속버스를 타기로 한다. 새벽바람이 포근하다. 고흥은 봄이 확 퍼진다. 서울에 내려 전철을 갈아타거나 길을 걸으며 보니 사람들 옷차림이 참 두툼하다. 달력으로가 아니더라도 환하거나 따스한 기운을 잘 느끼지 못하는구나 싶다. 올봄에는 지난 아홉 해 동안 묵히며 지켜본 뒤꼍에 아이들하고 새롭게 씨앗을 심을 생각이다. 두 아이가 즐거이 흙살림을 놀기를 바라며 《마야는 텃밭이 좋아요》를 새삼스레 들춘다. 텃밭일을 배우도록 돕는 상냥한 이야기책일 수 있지만, 이보다는 흙살림을 신나는 놀이로 맞아들이는 마음을 잘 밝힌 이야기꾸러미라고 느낀다. 밭놀이, 흙놀이, 씨앗놀이, 호미놀이, 갈퀴놀이, 낫놀이, 삽놀이 …… 모두 놀이로 여길 만하다. 마음껏 놀면서 보듬은 푸성귀를 손수 다듬어서 밥을 차린다면, 매우 맛나겠지. 아니, 맛나다기보다 기쁘겠지. 우리 집 앵두나무 곁에 갈퀴덩굴이 잘 오른다. 봄까지꽃하고 두 가지를 봄나물로 먹어야지. 그러니까 서울일 마치고 고흥으로 돌아가면. ㅅㄴㄹ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