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옷

중학교 들며, 또 고등학교 들며, 모든 푸름이한테 똑같이 맞춰 입히려는 옷을 사는 데에 들이는 30만 원 + 30만 원이라면, 푸름이가 아주 마음에 들어할 옷을 몇 벌쯤 마련할 수 있을까? 그 돈으로 실바늘을 장만한다면 손수 몸에 맞춰 새옷을 몇 벌 지을 만하고, 둘레에 몇 벌을 선물할 만할까? 학교옷을 고작 세 해 입고서 버린다. 옷감부터 썩 안 좋고, 다 다른 아이들을 다 같은 틀에 가둔다. 60만 원이라는 돈으로 다 다른 아이들이 다 다르면서 좋고 고운 실바늘이나 천을 장만하면, 예순 해를 넉넉히 입고서 물려주는 옷을 손수 지을 수 있다. 이러면서 살림짓기를 익히는 살림꽃으로 피어나겠지. 학교란 곳은 푸름이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도록 가르치는가? 학교란 터는 푸름이가 옷을 어떻게 바라보며 돌보거나 짓도록 알려주는가? 학교란 자리는 푸름이가 살림자리를 어떤 손길로 어떻게 품도록 이끄는가? 2009.2.27.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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