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2.23.


《미카코 7》

 쿄우 마치고 글·그림/이청 옮김, 미우, 2019.2.28.



곁님이 서울마실을 마치고 고흥으로 돌아온다. 서울에서 16시 고속버스를 탔다 하고, 고흥읍에서 20시 30분 마지막 시골버스로 갈아탔다고 한다. 마을 어귀에 내릴 즈음 맞추어 아이들을 부른다. “얘들아, 겉옷 입고 별 보러 가자!” 낮에는 살짝 후끈하다 싶은 볕이지만 밤에는 아직 설렁한 겨울 끝자락. 별빛이 곱다. 별에서 흐르는 소리를 들으려고 귀를 기울인다. 어느새 시골버스는 마을 어귀에 이르고, 작은아이는 바로 버스 내리는문 쪽으로 달려가서 어머니를 폭 안는다. 아이들은 어머니가 없는 새 뭘 했고 배웠는가를 조잘조잘 노래하면서, 어머니가 서울마실길에 무엇을 하고 봤는지 묻는다. 오늘은 다들 늦게 자겠네. 《미카코》 일곱걸음을 읽었다. 첫걸음부터 일곱걸음까지 이토록 차분히 물빛그림을 펼치는 만화가 있으니 참 새삼스럽다. 더 길게 그릴 까닭이 없고, 더 톡톡 튀게 그릴 일이 없다. 그저 물빛으로, 바람빛으로, 별빛으로, 꽃빛으로, 하늘빛으로, 흙빛으로, 웃음빛으로 한 칸씩 적시면 된다. 요즈음 한국 만화는 거의 누리만화로 넘어갔지 싶은데, 셈틀을 닫고 붓을 쥐어 하늘을 닮은, 하늘을 담은, 하늘을 노래하는 만화를 그리는 분이 나타난다면 어떠하랴 싶다. 후다닥 잔뜩 그려야 만화가 되지 않는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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