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2.24.


《까만 크레파스》

 나카야 미와 글·그림/김난주 옮김, 웅진주니어, 2002.3.20.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빛연필을 내세워 만화책을 그린다. 두 아이는 그림책 《까만 크레파스》 꾸러미를 읽더니 빛연필하고 크레파스에 깊이 꽂힌 듯하다. 큰아이는 큰아이대로 새롭게 짠 줄거리로 상냥하면서 고운 이야기를 그리고, 작은아이는 작은아이대로 신나게 짠 얼거리로 와장창 부딪히고 넘어지는 익살 이야기를 그린다. 같으면서 다른 사랑을 품고 자라는 두 아이는 서로 다르게 이야기를 빚으니, 저마다 마무리한 만화를 서로 돌려읽으며 킥킥 하하 즐겁다. 나카야 미와 님 그림책을 언제부터 읽었더라 하고 어림한다. 두 아이가 우리한테 오기 앞서부터 즐겼고, 두 아이가 우리한테 온 뒤에 이녁 여러 그림책을 하나하나 새로 만나면서 반겼다. 꽤 오랫동안 같이한 그림책이고, 두고두고 곁에 둘 그림책 가운데 하나라고 느낀다. 크레파스 이야기도, 콩 이야기도, 도토리 이야기도, 깡통 유령 이야기도, 그루터기 이야기도, 새끼 곰 이야기도, 다들 상냥하면서 곱다. 아이들이 으레 곁에 두는 숨결을 살그마니 새로운 눈썰미로 부드러이 담아낸다. 모름지기 그림책이란 이와 같지 않을까. 아이랑 같이 살고, 아이랑 같이 놀고, 아이랑 같이 노래하면서, 어느새 활짝활짝 살림꽃을 피우도록 북돋우는 넉넉한 손길로 담는 그림 한 판.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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