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칸
길손집에서 하룻밤 묵는다. 새벽에 일어나 무릎셈틀을 켠다. 누리그물을 이어 주는 상자에 적힌 비밀번호를 넣는데 도무지 안 된다. 길손집지기한테 여쭈려 하나 달게 주무셔서 깨우지 못한다. 한참 헤매다가 옆칸에 살며시 들어간다. 어제 길손집에 묵으면서 보니 손님이 든 칸이 없는 듯했다. 빈 옆칸에 적힌 비밀번호를 넣으니 누리그물로 들어갈 수 있다. 내가 묵은 칸에 적힌 비밀번호로는 안 되고 옆칸에 적힌 비밀번호로는 된다. 아리송하구나 싶으면서도 고맙다. 이쪽에 없으면 저쪽에 있는 대로 쓰면 되는 셈이네. 그렇잖은가. 이 길을 가려는데 삽질을 해서 막혔다면 저 길로 돌아가면 될 테지. 나는 길을 갈 뿐이다. 2019.2.26.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