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지 2
아이들 귀지를 파는 날은 나도 귀지를 파는 날. 큰아이는 먼저 귀지를 파 달라 부른다. 작은아이는 귀지 파기 싫다며 달아난다. 작은아이는 아버지처럼 간지럼을 어마어마하게 타니 귀지를 팔 적마다 웃음을 못 참으면서 힘들다. 내 어릴 적을 돌아보면, 나는 우리 어머니가 귀지를 파 주실 적에 간지럼을 참기 매우 힘들어, 아마 아홉 살 무렵부터 스스로 팠지 싶다. 그런데 스스로 파도 간지럽기는 마찬가지이더라. 두 아이는 언제쯤 스스로 귀지를 팔까? 이제 두 아이는 아버지가 씻겨 주지 않아도 스스로 씻는데, 작은아이는 혼자 씻기는 해도 목이나 귓등이나 몸 구석구석 씻지는 못한다. 귀지를 스스로 파는 날이란, 몸을 스스로 사랑하면서 가꿀 줄 아는 날이겠지. 2019.2.24.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