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글

참이 참인 줄 아직 모를 적에는 이 참을 찾아나서거나 깨닫거나 붙잡거나 내 것으로 삼으려 하겠지. 참을 찾아내거나 알아내거나 깨닫거나 붙잡아서 내 것으로 삼는다면, 참은 더는 참이 아닌 삶이다. 삶이 된 참은 굳이 참이라는 이름을 붙일 일이 없다. 그저 즐겁게 하루를 누리면 된다. 아침을 새롭게 맞이하고 밤을 고이 쉬면 넉넉하다. 참글이란, 아직 삶이 되지 못한 글이라고 느낀다. 삶글이라면, 스스로 즐겁게 누리는 하루를 쓰는 글이요, 아침에 새로우며 밤에 고이 빛나는 글이겠지. 꾸밀 일이란 없다. 그저 즐겁게 쓰니 노래가 되는 삶글이다. 대학교에 다니거나 강의를 찾아들을 까닭이 없이, 스스로 살아가는 결을 손수 옮기면 될 삶글일 텐데, 이 삶글은 제빛으로 환하다. 남빛이 아니다. ‘남빛’이란 남을 흉내내거나 다른 이 것을 훔친 빛일 테니 아무런 빛이 나지 않는다. 참글은, 스스로 삶을 찾거나 익히거나 깨닫고 싶기에 나아가는 길에 스스로 생각을 가다듬거나 갈고닦으면서 짓는 글이지 싶다. 숲에서 살림하는 사랑이라면 처음부터 삶글이자 숲글이겠지. 아직 숲에서 살림하는 사랑이 아니라면 생각을 가다듬거나 갈고닦는 길을 걷고 걸어가는 끝에 차츰 참글을 헤아리면서 삶글로 거듭나는 허물벗기를 할 테고. 2019.2.6.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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