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하직 下直
하직을 고하고 물러 나왔다 → 간다고 여쭈고 물러 나왔다
허리를 굽혀 하직 인사를 하고는 → 허리를 굽혀 간다는 뜻을 밝히고는
담배와도 오늘로 하직이야 → 담배와도 오늘로 끝이야 / 담배도 오늘로 그만둔다
술과는 하직이다 → 술과는 헤아진다 / 술과는 끝이다
상감께 하직을 고하러 → 임금께 물러난다 여쭈러 / 임금께 돌아간다 여쭈러
‘하직(下直)’은 “1. 먼 길을 떠날 때 웃어른께 작별을 고하는 것 2. 무슨 일이 마지막이거나 무슨 일을 그만둠을 이르는 말 3. 어떤 곳에서 떠남 4. [역사] 서울을 떠나는 벼슬아치가 임금에게 작별을 아뢰던 일 5. [역사] 벼슬아치가 당직이 끝나 집으로 가던 일”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간다고 여쭈다”나 ‘여쭈다’나 ‘절하다’나 ‘그만두다’나 ‘끝내다’나 ‘돌아가다’나 ‘물러나다로 손볼 만합니다. 이밖에 한국말사전에 한자말 ‘하직(下職)’을 “낮고 천한 직업”으로 풀이하면서 싣지만, 털어냅니다. ㅅㄴㄹ
하루분의 생명을 건네받고 오늘도 나는 하직인사를 했다
→ 하루치 목숨을 건네받고 오늘도 나는 떠나는 절을 했다
→ 하루몫 목숨을 건네받고 오늘도 나는 물러났다
《雅歌》(신달자, 행림출판, 1986) 40쪽
작년 폐암으로 이 세상을 하직한 한 병리학자의 말이다
→ 지난해 폐암으로 이 땅을 떠난 병리학자가 남긴 말이다
→ 지난해 폐암으로 이승을 떠난 병리학자가 한 말이다
《낙타는 십 리 밖 물 냄새를 맡는다》(허만하, 최측의농간, 2016) 19쪽
이 세상 하직하는 것처럼 난리를 치지 않겠어
→ 이 땅과 헤어지듯 떠들지 않겠어
→ 이승을 떠나듯이 떠들어대지 않겠어
《은구두》(시노미야 시노/나민형 옮김, 현대지능개발사, 2018) 115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