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사전 짓는 책숲집, 숲노래 2019.2.20.)
― ‘사전 짓는 책숲집,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저는 나무걸상에 무릎을 꿇고서 글을 쓰곤 합니다. 이런 몸차림이 퍽 마음에 들어요. 무릎을 꿇으면 등허리가 곧게 서고 마음도 절로 따라서 곧게 흐릅니다. 얼추 삼십 분 남짓 이렇게 글을 쓰다가 몸차림을 바꾸어야겠구나 싶을 즈음이면, 글쓰기를 쉬고서 집살림을 돌볼 때라는 뜻이라고 느껴요. 그래서 집살림을 한동안 보고는, 이 집살림을 얼추 손대었으면 다시 무릎을 반듯하게 꿇고서 글쓰기를 잇습니다. 참 오랫동안 처박았던 옛 이름쪽을 새삼스레 들춥니다. 이 이름쪽을 꾸며 주신 분이 지난달에 돌아가셨거든요. 어린이가 즐겁게 읽을 한국말사전을 새로짓는 길에 작게 도움손이 되겠다던 그분 숨결이 깃든 옛 이름쪽을 보면서 오늘 걷는 길을 헤아립니다. 제 이름은 제가 손수 짓습니다. 제 삶이나 책도 제가 손수 짓고요. 누가 지어 주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저마다 저희 삶을 스스로 지을 테지요. 이때에 어버이는 곁에서 살며시 거들거나 지켜봅니다. 하늘에서 지켜보는 벗을 그리고, 땅에서 지켜보는 님을 품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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