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홀가분한 길손으로
손경하 지음 / 산지니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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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78


《그대 홀가분한 길손으로》

 손경하

 산지니

 2015.8.24.



  작은아이가 스스로 저녁을 끓이는 저녁입니다. 아홉 살을 살아가는 작은아이는 스스로 배고프면 스스로 챙길 줄 압니다. 다만 스스로 못 챙기거나 안 챙길 때도 있는데, 신나게 놀 적에는 배고픈 줄 몰라서 안 먹습니다. 아이를 돌보면서 함께 살아가며 가만히 지켜보다가 싱긋 웃습니다. 이러면서 제 어린 나날을 되새깁니다. 틀림없이 몸애 새겼을 테지만 좀처럼 못 떠올리는 어린 나날, 제가 어떻게 하루를 지었나 하고 돌아봐요. 저도 틀림없이 우리 아이들처럼 신나게 놀 적에는 배고픈 줄 잊거나 몰랐습니다. 아홉 살 무렵이면 손수 밥을 끓일 수 있었어요. 스스로 하고 손수 짓는다는 하루란 참 대단하구나 싶습니다. 무엇이든 새롭거든요. 《그대 홀가분한 길손으로》를 읽는데, 책끝에 붙는 비평이 대단히 깁니다. 비평을 덜어내면 단출한 시집일 텐데 길어도 너무 깁니다. 더구나 갖은 이론을 줄줄이 짜맞추느라 시를 말하는 글인지, 이론잔치를 벌이는 셈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홀가분한 길손으로 이 땅에 왔다면, 두 손을 고이 내려놓고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뜻보다는, 두 손으로 무엇이든 새롭게 짓는다는 뜻이지 싶습니다. 홀로 가볍기에 홀가분하다인데, 스스로 짓고 스스로 배우며 스스로 사랑하는 걸음입니다. 시가 좀 투박하다면, 시를 말하는 글도 좀 투박하다면 좋았을 텐데요. ㅅㄴㄹ



익숙한 솜씨로 회를 치고 있다 / 나는 군침이 도는 입맛을 다시며 / 그 살육의 현장을 돌아앉아 / 잔인한 쾌감을 등 뒤로 음미하고 있지만, / 실은 나는 속이 편칠 않다 / (나는 죽이질 않았어. 내가 죽이지는 않았어. / 보라. 나의 손은 깨끗해. 나의 손에는 피가 묻질 않았어. 나는 다만 회가 먹고 싶을 뿐이야.) (공범자/138∼13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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