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231. 겉절이


배추를 세 포기 장만했다. 어제 장만했으나 어제는 겉절이를 할 기운이 없어 하루를 묵혀 오늘 낮에 한다. 아이들은 아침부터 노느라 바쁘시고, 아버지가 밥을 하건 무엇을 하건 쳐다볼 겨를이 없다. 놀이가 좋고 놀이가 신나니 배고픈 줄도 모른다. 무 손질에 배추 손질을 마쳐서, 먼저 무를 썰어 절여 놓는다. 이제 배추를 썰어 절일 즈음 큰아이가 “뭘 도울까요?” 하고 묻는다. “응, 이제 낮꿈을 꾸면 돼.” 아이들이 낮꿈을 누리고서 일어나고 저녁을 먹고 나면 무도 배추도 폭 숨이 죽으면서 깍두기도 겉절이도 즐거이 담글 수 있으려나? 깍두기나 겉절이는 곁밥살림 가운데 매우 손쉽다고 느낀다. 손질해서 썰고 절이고 풀이랑 양념을 넣어서 잘 섞어서 통에 옮겨 차게 두면 끝. 가만 보면 어려운 집일이나 살림이란 없다. 품을 들이고 마음을 쓰고 차분히 노래하면서 맞이하면 다 되기 마련. 때로는 쓴맛을 보고, 때로는 참맛을 누리면서 배우는 하루.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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