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지 못한 글쓰기



배우지 못한 채 글을 쓰면 바보스럽거나 어리석은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기 마련이다. 배우지 못한 채 글을 썼기에 잘못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스스로 바보스럽거나 어리석은 줄 모르면서 바보짓을 일삼는 사람이 꾸밈없이 글을 쓰면 그이가 그동안 했던 갖가지 추레한 모습이 글에 잘 드러난다. 지난날 ‘글쟁이 사내’는 가시내를 집적거리거나 노리개로 삼는 이야기를 흔히 글로 썼고, 이를 자랑으로 삼기까지 했다. 이제 이런 ‘배우지 못한 글쓰기’는 곧바로 뭇매질을 받을 텐데, 배우지 못한 채 글을 쓰던 버릇을 고칠 수 있을까? 고개숙여 배우고 나서 새롭게 글을 쓰려나, 아니면 고개숙여 배우는 살림길을 걸으면서 흙을 만지고 호미를 손에 쥘 수 있을까? 사랑을 배우지 못한 채 글을 쓰기에 이웃을 함부로 노리개로 삼으려 든다. 사랑을 배우지 못한 나날을 그대로 흘러왔으니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부터 모르곤 한다. 배우지 못한 사람을 나무랄 까닭은 없다. 배우지 못한 사람이 이제부터 배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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