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 사는 생쥐 문학동네 동시집 15
박방희 지음, 홍성지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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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75


《머릿속에 사는 생쥐》

 박방희

 문학동네

 2010.9.8.



  어른도 어린이도 살아가는 만큼 이야기를 엮어서 글로 씁니다. 살아가지 않는 모습을 이야기로 엮는다면 으레 꾸미기 마련이요, 꾸며서 엮는 이야기를 글로 담을 적에는 어깨너머로 구경하거나 어림한 줄거리가 흐릅니다. 어린이가 꾸며서 쓴 글은 확 티가 납니다. 잘 모르거나 제대로 못 살핀 채 어깨너머 구경 이야기를 쓰거든요. 이와 달리 어른은 스스로 살지 않는 모습을 꾸며서 쓸 적에 글재주를 부려요. 이러면서 어린이보다 티가 덜 나지만 꾸며쓰기는 이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머릿속에 사는 생쥐》는 어떤 동시집일까요? 글쓴이가 살아가는 결을 찬찬히 담아낸 동시집일는지, 아니면 스스로 살지 않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구경하거나 어림하면서 낸 동시집일는지요? 살아가는 결을 고스란히 글로 담을 적에는 글치레를 할 일이 없습니다. 살아가는 결을 쓰지 않고서 어깨너머 구경질을 글로 옮길 적에는 자꾸 글치레를 하거나 글멋을 부리거나 글장난을 칩니다. 멋이란 글재주에서 비롯하지 않습니다. 멋이란 살아가는 결에서 저절로 피어납니다. 오래도록 사랑받는 그릇 하나는 수수한 살림살이에 어울리는 손맛을 담기에 두고두고 멋스럽습니다. 오래도록 읽을 동시라 한다면, 수수한 글쓴이 삶을 고스란히 담아서 나누려고 할 적에 비로소 멋이 자라나겠지요. ㅅㄴㄹ



하얀 / 앵두꽃 피어도 / 눈 안 주던 까치 // 초록 / 물방울 같던 앵두가 / 발갛게 불을 켜자 // 오며 가며 / 눈독 들이네 // 그 바람에 앵두가 빨리 익네 (앵두/12쪽)


고개 넘는 할머니 / 갈수록 힘드시나 봐 / 일흔 고개 여든 고개 / 고개를 넘을수록 / 가빠지는 숨 고개 (고개/91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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