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2.8.


《은빛 숟가락 15》

 오자와 마리 글·그림/노미영 옮김, 삼양출판사, 2019.1.17.



2018년 3월에 일본 도쿄에 갔을 적에 아마 도쿄에 머무는 마지막 밤이었을 텐데, 늦게까지 문을 여는 책집이 있어, 드넓은 터에 빼곡히 꽂은 만화책을 반가이 바라보며 책시렁을 휘휘 둘러보다가 내가 바라는 그린이 책은 하나도 안 보여서 짧은 일본말로 여쭈었다. “이곳에 ‘오자와 마리’ 님 만화책이 있을까요?” 하고. 안타깝게도 그토록 드넓은 만화책집에 오자와 마리 님 책은 하나도 없더라! 한국말로 나온 책이라 하더라도 그곳에서 사고 싶었는데. 아직 한국판은 매우 더디게 옮기지만, 드디어 열다섯걸음이 나온 《은빛 숟가락》을 읽으면서 이 만화가 얼마나 고운가를 새삼스레 느낀다. 줄거리라든지 꽃맺음은 훤히 보인다. 그렇지만 모름지기 모든 만화이든 글이든 그림이든 사진이든 ‘줄거리나 꽃맺음’ 때문에 들여다보지 않는다. ‘훤히 보이는 줄거리나 꽃맺음’이든 말든, 이 이야깃감을 어떻게 풀어내고 다루어서 어떻게 사랑으로 길어올리는가 하는 손길을 만나려고 들여다본다. 이 대목에서 보자면 테즈카 오사무 님은 그저 하느님이요, 타카하시 루미코 님은 하느님 곁에 앉은 새로운 님인데, 오자와 마리 님은 이들 곁에 곱다라니 봉오리를 올린 함박꽃 같다. ‘그린이’라는 사람은 사랑을 그리는 일벗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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