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 노래
우리 집 아이들이 여덟 살에 이르기까지는 두 아이 입에서 터져나온 말을 되도록 모두 수첩에 받아적었다. 두 아이가 터뜨리는 말은 언제나 꽃말이면서 노래였으니까. 큰아이가 열 살이 넘을 즈음부터는 큰아이 스스로 제 말을 제 공책에 제 손으로 적도록 이야기한다. 열 살 문턱에서 큰아이는 제 말을 저 스스로 제 공책에 적기를 쉽지 않다고 여겼지만, 열한 살을 넘어서고 열두 살에 이르니, “응, 그 말을 내가 공책에 쓸게.” 하면서 매우 또박또박 즐겁게 잘 쓴다. 우리 어른은 누구나 아기로 태어나서 어린이로 자란다. 우리 어른도 아기일 무렵부터 여덟 살을 지나 열 살 문턱을 넘고 열두 살이 될 즈음, 참말로 “모두 시인”이기 마련이다. 깨닫든 못 깨닫든 누구나 시인이다. 이런 시인 곁에 있는 어른이라면, 어린이가 문득문득 터뜨리는 말을 수첩에 옮겨적으면 된다. 옮겨적는 대로 언제나 노래가 되고 시가 되는걸. 시를 쓰기 어렵다고 여기는 분이라면 아주 쉽게 시를 쓸 수 있다. 몸은 서른 살이나 쉰 살이나 일흔 살이어도 되지만, 마음은 여덟 살이나 열 살이나 열두 살로 바꾸면 된다. 이렇게 마음을 바꾼 몸을 즐거이 받아들이면서 두 손에 연필하고 종이를 쥐어 보자. 이렇게 하면 누구나 언제라도 상냥한 시인이 되어 아름답게 노래를 꽃피우는 글을 써서 나눌 수 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