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란 말



“마음 같아서는 이 책들을 우리 책방에 오는 분들한테 다 그냥 주고 싶은데.” 하고 이야기하는 책집지기는 나쁘거나 궂은 마음은 아니라고 여깁니다. 그러나 그분이 손수 써서 펴낸 책이 아니라면 이런 이야기는 섣불리 하거나 함부로 입밖에 낼 만하지 않다고 느낍니다. 왜냐하면, 스스로 쓰거나 엮거나 펴낸 책이 아니라면, 그러한 책에는 책 하나를 온삶을 바쳐 지은 사람들 땀방울하고 사랑이 깃들고, 엮은이하고 꾸민이하고 펴낸이 땀방울하고 사랑이 함께 깃들거든요. 책집지기가 책집지기답게 뜻을 펴는 마음이라 한다면 이쯤으로는 이야기할 노릇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를테면, “내 마음은 이 책이 제대로 읽히고 살뜰히 퍼져서, 글쓴이도 펴낸이도 꾸민이도 엮은이도 모두 즐겁게 아름다운 열매를 거두면 좋겠어.” 우리는 서로 사랑값을 나눕니다. 저마다 흘린 땀값을 기쁘게 주고받습니다. 사랑값이나 땀값을 제대로 읽거나 느낄 때에 비로소 서로 반가울 만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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