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2.1.


《우리는 좀더 어두워지기로 했네》

이설야 글, 창비, 2016.12.12.



인천 배다리 ‘나비날다’ 책집에서 장만한 시집 《우리는 좀더 어두워지기로 했네》를 마저 읽는다. 어제 인천서 고흥으로 돌아오는 시외버스에서 읽으려 했으나, 시외버스에 등불이 없어 조용히 눈을 감고 쉬기만 했다. 지난가을에 장만하려던 이 시집을 이제서야 장만했으니, 누리책집보다 시쓴이 텃마을인 인천에 있는 작은 마을책집에서 만나고 싶었다. 인천에 마실할 날을 여러 달 기다린 끝에 두 손에 쥐었다. 한 줄 두 줄 읽는 내내 시쓴이가 태어나고 자란 마을, 걸어다니며 바라본 골목, 스친 사람, 술집을 드나드는 아버지, 햇살조각을 받는 오래된 간판, 이 모두 곁에 조그맣게 피어나서 바람을 먹는 들꽃, 강아지풀을 옆으로 스치며 걷는 고양이 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삶터란 어떤 곳일까? 태어나 자란 터 말고 꿈을 지으며 살림을 지을 곳이란 어디일까? 나흘 뒤에는 설날인 금요일 낮 두 시에 큰아이하고 고흥읍 가는 시골버스를 탄다. 일본 도쿄에 사는 이웃님한테 내 동시집을 하나 부치고 싶어서 마실을 간다. 내 동시집 한 권을 사 주는 분이 있으면 글삯으로 1500원쯤 얻을 텐데, 여러 이웃님이 마흔 권쯤 사 주면 얻을 만한 돈을 들여서 한 권을 멀리 선물로 띄워 보낸다. 나는 이제 환해지고, 고요해지며, 사랑스러워지려 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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