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씁니다 ― 26. 손발



  수원마실, 서울마실, 일산마실, 서울마실을 거쳐 인천마실을 한 아침입니다. 길손집에서 하루를 묵고 잠을 아주 달게 자고 일어나서 씻는데 불현듯 낱말 하나가 마음에 파고들었어요. ‘손발’입니다. 몸을 씻으면서 노래가 넘쳐흘러서, 다 씻고서 곧장 글로 옮겨적었습니다. 이 글은 제 오랜 인천벗한테 쪽글로 띄웠습니다. 오랜 인천벗하고 그 아이네 누님한테 주고 싶더군요. 이렇게 오랜벗한테 글을 선물로 주면서 스스럼없이 말을 보탰어요. 제 통장에 오늘 남은 돈이 5만 원 안팎이기에, 오랜벗더러 인천버스나루까지 택시를 타고 갈 삯, 인천버스나루에서 고흥으로 시외버스를 타고 갈 삯, 이렇게 해서 46000원을 설날 선물로 주면 고맙겠다고. 오랜벗은 기꺼이 설날 선물을 보내 주었습니다. 4000원을 얹어 50000원으로. 앞으로 우리 살림통장에 5만 원이 아닌 5억 원도 50억 원도 들어올 날이 있으리라 여겨요. 그렇지만 오늘은 아직 5만 원이기에 살림돈을 보태어 주는 즐거운 손길을 바랐습니다. 오랜벗이기에 이렇게 물어보고 바랄 수 있구나 하고 느꼈어요. 아름다운 사이라면, 서로 창피하거나 부끄러울 일이 없이 스스럼없이 툭 터놓고서 말하면 될 노릇이라고 새로 배웠어요. 제가 쓴 사전하고 책을 사 주시는 이웃님도 우리 살림살이를 돕는 상냥한 손길이자 발걸음이 되겠지요. 우리 책숲집 은행계좌에 살그마니 살림돈을 띄우는 이웃님도 포근한 숨결이자 꽃송이일 테고요. ㅅㄴㄹ


https://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손발


손을 정갈히 씻으니

손이 아주 좋아해

발을 깨끗이 씻으니

발이 참말로 반겨


노느라 지친 몸은

마루에 그대로 눕혀

반짝반짝 새 기운

샘솟도록 돌보지


배우느라 애쓴 머리는

만화책 펴고

마당에서 뛰놀고

하면서 환히 쉰다


손은 언제나 놀라워

뭐든지 지을 수 있어

발은 늘 대단해

어디든지 갈 수 있어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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