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는 네가 엉뚱해도
묻는 네가 슬기롭기에 너한테 대꾸하는 말이 슬기로울까? 나한테 띄운 네 글이 엉터리이기에 나도 너한테 엉터리인 글을 마주 띄워야 할까? 묻는 네가 사랑스럽기에 너한테 대꾸하는 말이 고스란히 사랑스러울까? 나한테 퍼붓는 네 글이 얄궂기에 나도 너한테 얄궂다 싶은 글을 마구 들이밀어도 즐거울까? 생각한다. 다시 생각하고 자꾸 생각한다. 누가 참 엉뚱하거나 엉망이로구나 싶은, 바보스럽거나 어처구니없거나 부질없구나 싶은 이야기를 물어도 대수로울 일이란 없다. 어떤 물음을 받아들이건 나 스스로 어떠한 길을 꿈으로 지으면서 나아가려 하는가, 이 하나만 헤아리면서 맞글을 적거나 맞말을 들려주면 될 뿐이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돌보면서 스스로 곱게 빛나는 기쁨을 누리려고 글을 쓰거나 말을 하거나 살림을 짓거나 곁님을 바라보거나 아이들을 가슴으로 품는다. 누구한테 잘보이거나 밉보일 까닭이 없을 뿐더러, 서로 엉뚱하거나 엉성할 일도 없다. 가장 수수하면서 가장 티없이 웃는 낯으로 글 한 줄을 적고 말 한 마디를 풀어놓아 바람결에 띄우면 넉넉하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