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



송곳을 볼 적이면, 누가 송곳을 말할 적이면, 으레 어릴 적 일이 떠오른다. 송곳이란 연장은 대단히 날카로워서 송곳에 찔려 피가 난 적이 꽤 잦다. 이러던 어느 날 송곳이란 녀석이 왜 자꾸 나만 찔러서 피를 내느냐 싶어서 “네가 얼마나 날카로운데?” 하면서 송곳을 눈앞에 대고 한참 바라본 적이 있다. 이때에 송곳을 보니 그리 날카롭지 않더라. 오랫동안 날카로운 곳을 바라보니 뜻밖에도 판판해 보였고 둥그스름해 보이기도 했다. 그 뒤로는 송곳에 찔린 일이 없다. 어쩌면 송곳은 우리가 지켜봐 주기를, 제대로 보아주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저를 제대로 보거나 알지도 않은 채 무턱대고 손에 쥐지 말라는 얘기를 속삭이지 않았을까.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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