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할 줄 알다



우리 곁님은 참 멋진 사람입니다. 우리 집 통장에 남은 돈은 따지지 않으면서 살림을 같이 지어요. 고마운 이웃님한테 선물할 것을 이모저모 챙기면서 저더러 잘 갖다 주라고 이르는데, 이 선물거리에 들어가는 돈이 얼마인가 어림하니 75만 원입니다. 굳이 돈셈을 안 해도 될 터이지만, 통장을 다스리고 갖은 세금을 내는 일은 제가 도맡으니 이 돈셈은 저로서는 꼭 해야 합니다. 고마운 이웃님한테 드릴 선물거리 값을 치르려다 보니 한몫에 치를 수 없어 반을 갈라 먼저 값을 보내고 다음 반은 살림돈을 버는 대로 갚기로 합니다. 한마디로 ‘빚지며 선물하기’인 셈입니다. 곁님은 선물은 선물일 뿐 돈값을 따지면 안 된다고 밝혀요. 옳은 뜻이요 마음이라고 느껴요. 빚을 지며 선물하더라도, 이 빚은 곧 갚겠지요. 이런 곁님하고 살기에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슬기로운 삶을 새롭게 살찌우는 손길을 살뜰히 익힙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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