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1.22.


《개코형사 ONE코 12》

 모리모토 코즈에코 글·그림/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9.2.15.



서울시 어느 구청 공무원들이 쓴 글을 받아서 손질해 주다가 생각한다. 이분들이 공무원이라는 자리에 이르도록 말을 말다이 쓰는 살림을 배운 적이 없구나, 이분들이 공무원으로 일하고 나서도 말을 말처럼 가꾸는 사랑을 들려준 이웃도 드물구나 하고. 공문서에 영어나 어려운 한자말을 쓴대서 잘못은 아니다. 그저 모르니 그렇게 쓸 뿐이요, 그분들이 아는 말은 그런 말뿐이고, 공무원 시험을 치르려 하며 들여다본 교재나 책은 모두 그런 말투성이일 테지. 그러니 공무원이 되었대서 사람들 곁으로 다가갈 만한 말이나 글을 펴기란 어렵다. 처음부터 몽땅 새로 배워야 한다. 만화책 《개코형사 ONE코》 열두걸음을 고마이 읽는다. 열한걸음 뒤로 언제쯤 되어야 한국말로 나오려나 손꼽아 기다렸다. 참으로 더디더디 나온다. 이 만화책에 나오는 ‘개코형사’인 ‘하나코 아가씨’는 형사이지만 언제나 꽃치마 차림으로 일한다. 이이는 개보다 더 뛰어난 코를 써서 냄새로 모든 일을 풀어낸다. 꽃치마 차림에 냄새를 맡으려고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킁킁거리는 이쁘장한 아가씨를 처음 보는 이웃 경찰이나 형사는 ‘쟤 누가 여기 데려왔어?’ 하고 생뚱맞은 낯빛이지만, 사람은 허울이 아닌 마음으로 마주해야 사람인 줄 뒤늦게 깨닫고 배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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