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집은 아늑하다 문학동네 시집 3
이정록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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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51


《벌레의 집은 아늑하다》

 이정록

 문학동네

 1994.8.18.



  오늘부터 셈을 해서 스무 해나 서른 해쯤 앞서 쓴 글을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요? 부끄럽거나 창피할까요? 새삼스럽거나 새로울까요? 낯설거나 낯익을까요? 우리가 지난 스무 해나 서른 해에 걸쳐 꾸준히 거듭나거나 배우면서 자랐다면, 지난 자취를 적은 글이 부끄러울 수 있지만, 새로울 수 있습니다. 누구나 처음 배울 적에는 어설프거나 어수선하구나 하고 느끼기도 하고, 누구라도 아직 모를 적에는 헛다리를 짚거나 헛발질을 하는구나 하고 깨닫기도 해요. 《벌레의 집은 아늑하다》를 읽으면서 시쓴이 오늘날 시를 가만히 맞댑니다. 스물 몇 해라는 나날이 벌어지는 글줄이지만 이동안 한결같은 숨결이 있고, 이사이에 바뀐 숨결이 있어요. 아직 가난하던 무렵에는 어떤 꿈을 꾸는지 새삼스레 돌아보고, 이제 꽤 넉넉하지 싶은 살림을 꾸리면서 어떤 꿈을 다시 꾸는지 하나하나 헤아립니다. 우리는 어떤 길을 걸을까요? 풋내기요 가난하면서 서툴거나 어수룩하던 날에는 무엇을 그리고, 차츰 익숙해지고 살림을 펴며 솜씨가 느는 동안에는 무엇을 그리나요? 묵은 글을 읽으며 새로운 길을 엿보고, 새로운 길을 가다듬으며 지난날을 되새깁니다. 어제하고 오늘은 다르지 않습니다. 오늘하고 모레는 그리 안 벌어집니다. 늘 마음으로 하나입니다. ㅅㄴㄹ



연탄가스 심한 월세방에서 / 드디어 전세로 옮긴 아내는 / 보일러 작동법을 배우며 목련꽃처럼 웃는다 / 베란다에 빨래도 널고 / 조그만 서재도 꾸미며 / 이삭 벤 벼포기처럼 자랑스럽다 (집/35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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