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살리는 글쓰기
이야기꽃을 펴려고 이웃님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서 이야기를 들려주려면 기운을 많이 쓴다. 이러면서 밤잠이나 낮잠을 거의 이루지 않는다. 이렇게 이야기꽃을 편 이튿날 책다발을 신나게 쌌고, 곧장 이 책다발을 혼자 다 날라서 고흥으로 데리고 왔다. 3.5톤 짐차에 책다발이랑 책꽂이를 싣고서 나르는 일을 오랜만에 해보니 재미있는데, 고흥으로 돌아와서 하룻밤 달게 자니 뒤늦게 온몸이 뻑적지근하다. 팔다리이며 어깨이며 등허리이며 묵직하네. 그대로 더 누워서 쉴까 하다가, 아침에 띄울 누리글월이 있어서 이럭저럭 버티니 서너 시간이 훌쩍 흐른다. 몸이 가볍건 무겁건 스스로 쓰려고 하니 뭔가 쓰네. 마음에 한 마디 말을, ‘몸이 무겁든 말든 써야 할 글이 있으니 쓰겠어’ 하고 씨앗으로 심으니 몸은 이 말씨앗을 받아들여 저절로 움직인다. 돌아보면 그렇다. 마감글을 써서 보낼 적에도 ‘마감에 맞추어서 새 이야기를 써서 보내겠어’ 하는 생각을 마음에 씨앗으로 심으니 글을 써낸다. 어떤 글을 쓰고 싶다면 바로 이 어떤 글을 쓰고 싶다는, 써야겠다는, 신나게 쓰겠다는, 신나게 쓰고서 기쁘게 몸을 쉬겠다는, 생각이란 씨앗을 마음에 심으면 되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