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1.14.
《내 어머니 이야기 3》
김은성 글·그림, 애니북스, 2019.1.11.
하루 이틀 사흘 밤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른다. 여러 이웃님을 만나면서 여러 이야기를 듣고 폈으며, 고흥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2500권 남짓 될 책을 손수 싸고 날랐다. 이만 하면 몇 달치 읽을거리일까. 열두 살, 아홉 살 아이는 책다발을 야무지게 들며 일을 거들었다. 큰아이는 네 살 적에도 책다발을 들어서 나를 줄 알았다. 아버지를 거들겠다며 참으로 야물딱지게 소매를 걷어붙였지. 고흥집 물을 마시고 바람을 쐬고 씻으니 드디어 먼지랑 때가 가신다. 자리에 누워 등허리를 찰싹 붙인다. 집에 갓 닿은 《내 어머니 이야기》 세걸음을 편다. 이 만화가 어떤 길을 거치며 어디에 실렸는가를 책날개에 잘 밝혔다. 세걸음 첫머리에 김치를 담그며 넋을 잃은 어머니 이야기가 흐르는데, 그린이뿐 아니라 나도 눈물이 나더라. 함경 말씨가 새삼스레 입에 감칠맛으로 돋는다. 되게 낯익다 싶은데 이 말씨를 어디에서 들었을까? 인천에는 북녘에서 건너온 분이 많았으니 어릴 적에 마을 할배 가운데 이 말씨를 쓰신 분이 있었겠지. 내가 흔히 쓰는 ‘제금’이 그쪽 말씨인 줄 문득 느낀다. 그러나 그쪽이라기보다 ‘우리’ 말씨라 해야겠지. 우리 살림을 그린 이야기요, 우리 어머니랑 아버지랑 이웃이랑 동무를 그린 만화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