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딱읽기



고흥에서 순천을 거쳐 아산으로 오는 길에 책 두 권을 뚝딱 읽었습니다. 퍽 두툼한 책도 가볍게 마무리를 지었어요. 이러고서 동시를 다섯 꼭지를 썼고, 가만히 눈을 감고 노래를 들으며 차분히 마음을 다스려 보았어요. 이러고도 틈이 남아서 그동안 쪽글조차 못 보내고 살던 여러 이웃님한테 새로 낸 동시집을 알리는 쪽글을 신나게 보냅니다. 이러고도 또 틈이 남기에 천안에 있는 책집을 두 곳 들러 이럭저럭 넉넉히 새로운 읽을거리를 장만합니다. 생각해 보면 책 몇 권쯤 뚝딱 읽기는 매우 쉽습니다. 책 한 권을 짓기까지 글쓴이는 기나긴 해를 쏟았고, 엮은이도 퍽 오래 품을 들였을 텐데 말이에요. 책을 뚝딱 읽어낼 적마다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어쩜 이렇게 뚝딱 읽어도 좋을 만큼 훌륭한 선물을 베풀어 주셨을까! 나는 고작 삼십 분이나 한 시간 만에 이 엄청난 이야기를 읽고 살피고 헤아리면서 배우잖아! 책이란 얼마나 값싼 배움길인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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