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쟁이 우리 아이 책벌레 만들기
폴 제닝스 지음, 권혁정 옮김 / 나무처럼(알펍)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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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름 : 책벌레 만들기
- 글쓴이 : 폴 제닝스
- 옮긴이 : 권혁정
- 펴낸곳 : 나무처럼(2005.9.10.)
- 책값 : 1만 원


 어머니 아버지가 어릴 적부터 책을 가까이했거나, 나중에라도 책을 가까이했다면, 딸이나 아들된 사람들도 책과 가까이하리라 봅니다. 어머니 아버지가 어릴 적부터 텔레비전을 가까이했거나, 나중에라도 텔레비전을 가까이했다면, 딸이나 아들 되는 사람도 비슷하게 영향을 받을 테고요.

 지난 열 해 사이, 어린이책이 참 많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어린이책하고는 눈꼽만큼도 인연이 없던 출판사들도 어린이책을 펴내는가 하면 따로 부서를 꾸리거나 아예 새끼출판사를 차리는 곳도 있습니다. 그만큼 이 나라 어린이권리가 높아져서 어린이책을 이토록 많이 쏟아내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요즘 어린이책은 웬만하게라도 찍어내면 기본은 팔리기 때문에 책 펴내 돈을 버는 데에는 딱 알맞습니다.


― 아동작가들은 좋은 이야기는 어른까지 사로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63쪽)


 어린이책을 쓰는 사람은 어른입니다. 어린이책을 사는 사람도 거의 어른입니다. 하지만 읽는 사람은 거의 아이들입니다.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도움이 될 만한 책, 그러니까 교훈도 일깨우고 지식도 건넬 수 있는 책을 살피며 책을 사 줍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만한지, 아이들 눈높이에 걸맞는지까지는 못 살핍니다. 어른들이 보기에 괜찮다 싶은 책을 만들고 읽힐 뿐, 아이들이 참말로 즐겁게 받아들일 만한지 눈여겨보지 않습니다. 또한, 아이들 마음과 생각을 아름답고 올바르게 가꾸고 이끌 만한지는 더더구나 헤아리지 않습니다.


― 먼저 책을 사랑하는 마음부터 철저하게 가르쳐야 한다. (19쪽)


 왜 그럴까요? 다 까닭이 있겠지요. 어린이책을 쓰는 분들, 어린이책을 엮는 출판사 분들, 어린이책을 사 주는 어버이들은, 어릴 적부터 ‘어린이책을 가까이하지 않은 사람이기 일쑤’라서 그렇습니다. ‘나중에라도 어린이책을 가까이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린이책은 교훈과 재미로만 엮을 수 없어요. 아이들 감성을 건드린다고 해서 읽힐 만한 책이 아닙니다. 발달단계나 지능지수를 살피며 읽히는 책이 어린이책일 수 없습니다.

 어린이책도 ‘책’입니다. 어린이도 ‘사람’입니다. 하지만 어린이책을 쓰거나 엮거나 사 주는 우리 어른들은 이 두 가지를 너무 손쉽게 잊습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생각을 안 하는지 몰라요. 어린이책에 반드시 담겨야 할 이야기는 ‘책’에 담길 이야기와 마찬가지이며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기 마련입니다.


― 아이들은 자신이 직접 쓴 글을 읽을 때 철자가 틀린 단어도 그대로 읽는다. 그렇다고 이것이 글의 가치를 줄어들게 하지는 않는다. (132쪽)


 어린이책을 쓰는 분들은 ‘자기가 쓴 책을 빼고 다른 어린이책을 몇 권이나 읽’어 보았을까요. 어린이책을 엮어서 펴내는 분들은 어떨까요. 어린이책을 사 주는 어버이들은 어떻지요? ‘아이들한테 읽힐 목적’만 앞세운 나머지, 자기 스스로 ‘어린이책을 책으로 즐기는’ 마음은 없지 않나요? 아이들 눈높이를 ‘낮게’ 보면서 아이들도 우리(어른)와 똑같은 ‘사람’임을 잊은 채 이야기를 엮어 나가지 않는가요?


― 당신은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는 사랑받기를 원한다. 이런 사실을 책 읽는 상황에 주입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15쪽)


 아이들을 가르치는 분들을 곧잘 만납니다. 초등학교 교사를 가장 자주 만납니다. 이분들을 뵐 때마다 꼭 한 마디를 합니다. “어린이책 좋아하셔요?” 언제나 듣는 대답, “글쎄요.” 교육대학교 다니는 후배들을 볼 때마다 꼭 한 마디를 합니다. “어린이책도 읽고 있나요?” 늘 듣는 대답, “시험 치기 바빠요.”

 교사가 되기 앞서 어린이책 한 권 제대로 읽은 사람은 몇쯤 될까요. 자기가 딸아들을 낳는 어머니나 아버지가 되기 앞서 어린이책 한 권 제대로 읽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자기가 어린이책을 쓰는 작가가 되기 앞서, 어린이책을 펴내는 출판사 직원이 되기 앞서 어린이책 한 권 찬찬히 살피고 헤아린 사람으로 누가 있을는지.

 하지만 교보문고만 가 보아도 어린이책 자리는 북적북적 저잣거리가 따로 없습니다. 날마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새 어린이책이 쏟아져 나옵니다. 어버이들은 이 책들을 부지런히 가방에 주워담고 카드로 책값을 직 긋습니다.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기 무섭게 “너, 오늘은 몇 권 읽어.” 하는 명령을 듣겠지요. 히유.

 적어도 이 나라에서 초등교육을 맡는 교사들이라도, 또 어린이책을 펴낸다고 하는 출판사 분들이라도, 또 어린이책 작가라고 자기 소개를 쓰는 분들이라도 《책벌레 만들기》 같은 책 하나 차분히 읽어 본다면, 세상이 이렇게까지 돌아가지는 않으리라 믿습니다. (4340.2.10.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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