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희 13
강경옥 글.그림 / 팝툰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만화책시렁 152


《설희 13》

 강경옥

 팝툰

 2015.9.9.



  오늘을 살며 아쉽구나 하고 여기면, 이 삶을 마친 뒤에 새로 태어나서 이 아쉬운 길을 걸어갈는지 몰라요. 다음 삶에서 이 아쉬운 대목을 풀지 못하면 또 새로 태어나서 아쉬운 마음을 풀려고 할 수 있고요. 이러다가 아쉬운 실타래를 푼다면 더는 다시 안 태어날까요? 아쉬운 응어리를 풀었기에 새로 꿈을 지필 수 있을까요? 《설희》 열세걸음을 읽습니다. 죽음이 없이 이어가는 삶이 한켠에 있고, 죽음하고 삶을 되풀이하면서 응어리를 끝맺지 못하는 삶이 한켠에 있습니다. 두 삶은 다시 못 만날 듯하면서 자꾸 만납니다. 두 삶은 응어리를 풀 듯하면서 좀처럼 실타래를 푸는 길을 못 찾습니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슬기로운 마음까지는 다스리지 못하는가 봅니다. 아무리 다시 태어나도 씩씩하거나 새롭지 못한가 봅니다. 옛자취에 얽매여 새살림을 못 짓네요. 옛걸음에 붙잡혀서 새걸음을 못 떼고요. 그런데요, 꼭 옛끈을 살펴서 뭔가 풀어야 할까요? 마음에서 살포시 털어낼 수는 없나요? 그 사람하고 맺은 끈을 굳이 그 사람하고 만나서 풀어야 할까요? 그렇다면 그 사람을 눈앞에서 만난 이곳에서는 왜 곧장 끈을 풀려 하지 않고 빙빙 돌거나 언저리에서 맴돌까요? 이 만화책이 일곱걸음이나 여덟걸음쯤에서 끝맺었다면 좋았겠다 싶기도 합니다.



‘설희를 죽이고 난 뒤에 우는 장면이었단 말이야? 지난 꿈에서는 보이지 않던 시체가 …… 보고 싶지 않아. 내가 보고 싶지 않던 장면은 이것이었나?’ (193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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