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깨비 글쓰기



하루를 마감하고 꿈나라로 가려는데 큰아이가 문득 일어나서 “옆에 같이 누워 주세요.” 하고 말한다. “얘야, 너, 귀신 나온다고 생각하지? 귀신이 있니? 귀신을 봤니? 귀신이 너를 괴롭히니?”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작은아이 이불깃을 여미고 두 아이 사이에 눕는다. 조용히 파랗게 고요히 가만히 꿈그림을 그린다. 굳이 다른 말을 더 들려주기보다는 얌전히 상냥히 포근히 눕기만 해도 아이들은 새로운 기운을 받아들이리라. 이튿날 아침에 아이들한테 ‘잠깨비’를 얘기해 줄까 하고 생각한다. “잠깨비라니?” 하고 물으면 ‘먹깨비’를 얘기하고, “먹깨비라니?” 하고 물으면 ‘책깨비’를 얘기하고, “책깨비라니?” 하고 물으면 ‘꽃깨비’를 얘기하고, “꽃깨비라니?” 하고 물으면, ‘바람깨비’를 얘기하면서, 우리 곁에는 언제나 숱한 ‘깨비’가 있는데, 우리를 마냥 지켜보기만 할 뿐이라고, 다만 우리가 성을 내거나 시샘을 하거나 싫다 하거나 꺼리면, 이런 깨비는 무럭무럭 자라서 ‘장난깨비’가 된다고 얘기할 생각이다. 그리고 우리가 웃고 노래하고 춤추고 어깨동무하고 신나게 하루를 지으면서 지내면, 온갖 깨비는 우리한테서 철철 흘러넘치는 사랑을 받아서 시나브로 무지개랑 별로 거듭나 사르르 녹는다고 얘기를 덧붙일 생각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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