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보니?
어떤 이는 내 겉모습이나 옷차림을 보고 암말을 안 한다. 어떤 이는 뭔가 잔뜩 말하고 싶으나 참는다. 어떤 이는 대뜸 이 말부터 한다. 어떤 이는 아무렇지 않다고 여겨 서로 나누고 싶은 말을 한다. 어떤 이는 겉모습하고 옷차림을 스스로 즐겁게 누리는 삶이 얼마나 신난가 하는 이야기부터 풀면서 그동안 서로 나누고 싶은 말을 꽃피워서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살림길을 주고받는다. 한 사람은 가만히 있다. 이 한 사람을 보는 눈이 그저 다 다르다. 나는 이 다른 여러 눈길 가운데 어느 눈길이 가장 좋거나 나쁘다고 여기지 않는다. 사람이 다 다르니 다 다르게 보는구나 하고 느낀다. 이러면서 시나브로 생각하는데, 함께 이야기판을 벌일 사람이 누구인가 하고 가릴 수 있다. 똑같은 옷인데, 누구는 치마라 하고, 누구는 반바지라 하고, 누구는 치마바지라 한다. 그리고 누구는 그저 옷이라 하고, 누구는 우리 몸뚱이야말로 넋이 뒤집어쓴 옷이라고 한다. 무엇을 보는가? 무엇을 보고 싶은가? 무엇을 보는가에 따라서 우리 손에서 피어나는 글이 다 다르게 흐른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