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225. 달아나다
쳐다보지 않으니 달아난다. 달랑달랑하는데 쳐다보지 않으니 단추가 달아난다. 자전거를 오래 타서 바짓가랑이가 헐렁헐렁하는데 쳐다보지 않으니 어느 날 북 찢어진다. 나사가 덜렁덜렁하는데 쳐다보지 않으니 손잡이가 떨어지며 나사도 감쪽같이 달아난다. 우리 살림이란, 우리가 바라보는 기운을 받고 먹고 맞이하면서 같이 있구나 싶다. 어버이한테 아이도, 아이한테 어버이도 서로 매한가지이지 싶다. 서로 바라보기에, 바라보면서 마음에 담기에, 바라보면서 마음에 담아 사랑이라는 생각을 씨앗으로 지어서 심기에, 비로소 한집이 오순도순 활짝활짝 피어나지 싶다. 서로 쳐다보지 않으니 서로 달아난다. 아이도 어버이도 그만 달아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