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의 거처 창비시선 100
김남주 지음 / 창비 / 199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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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45


《사상의 거처》

 김남주

 창작과비평사

 1991.11.25.



  흐를수록 고운 숨결이 있습니다. 흐르는데 모르겠는 숨결이 있고요. 저는 여름이 되면 여름고비를 헤아리고, 겨울에는 겨울고비를 헤아려요. 유월 한복판 어림해서 낮은 더 길어지지 않고, 십이월 한복판 즈음해서 밤은 더 길어지지 않습니다. 두 고비를 바라보면서 철흐름을 느끼고, 바람맛을 보며, 볕살을 먹습니다. 이 흐름은 해마다 달라서 한 해씩 새로 맞이할 적마다 늘 새삼스럽다고 배워요. 《사상의 거처》라는 시집을 두고두고 읽습니다. 1990년대에 처음 만나고 2000년대에 다시 만나며 2010년대에 거듭 만났는데, 앞으로 2020년대가 되고 2030년대로 흐르면 어떤 맛으로 읽을 만할까 하고 돌아봅니다. 처음에는 막 밑줄을 그으며 읽었어요. 나중에는 가슴을 후비며 읽었고, 어느 날부터는 말마디마다 흐르는 모습을 머리에 그림으로 띄워서 읽었지요. 이제는 한 마디를 꾹꾹 새기고 풀어내면서 읽습니다. 생각이 깃드는 곳은 어디일까요? 마음이 머무는 자리는 어느 메일까요? 넋이 가는 길은 어느 쪽일까요? 뜻이 깃들 품은 어디요, 꿈이 자랄 터는 어디일까요? 떠난 님이 “아기를 보면서” 문득 읊은 노래는 지난날에 사람들이 피식 웃고 지나간 얘기였을 테지만, 오늘날에도 이 노래를 그냥 웃고 지나갈 만할까 궁금합니다. ㅅㄴㄹ



우리 아기 고운 아기 / 나물이나 뜯어먹고 칡뿌리나 캐먹고 평생을 가난하게 살지언정 / 맑은 물 맑은 공기 푸른 하늘과 가까이 벗하며 / 흙과 더불어 시골에 살았으면 싶어서 그러네 (아기를 보면서/43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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