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모를 줄 아는 글쓰기
내가 쓰는 누리집에 가끔 ‘차분한 척하며 책장사를 하려는 글’을 덧글로 남기는 이가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이름을 감춘 계정’을 뚝딱 만들어서 ‘마치 책을 매우 많이 읽고 글도 꽤 오래 쓴 느낌’을 풍기려고 한다. 그런데 이들 발자국을 좇아 그들 계정이 깃든 그들 누리집까지 가 보면 ‘갓 계정을 등록해서, 내가 쓰는 누리집에 책장사를 하려는 글을 처음으로 올렸’기 일쑤이다. 두 가지 가운데 하나일 테지. 첫째, 책쓴이가 몸소 하는 책장사. 둘째, 책낸곳에서 몰래 하는 책장사. 나는 책장사가 나쁘다고 여기지 않는다. 아름다운 책을 펴내어 아름답게 팔면 될 노릇이다. 사랑스러운 책을 펴내어 사랑스럽게 팔면 될 일이다. 그렇지만 책장사 하나만을 바라면서 책쓴이나 책낸곳이 그들 이름을 숨기고서 몰래 꾀하는, 마치 ‘일반 독자가 그 책이 아주 훌륭하다고 여겨서 글을 쓴다’는 모습을 보이면, 누가 모를 줄 아나? 아마 그런 글에 속아넘어갈 사람도 있으리라. 그런 글에 속아넘어가서 책을 제법 팔 수 있다고 여기니, 이런 짓을, 뻔히 드러나는 뒷장사를 하겠지. 스스로 이름을 떳떳이 밝히지 못하고 ‘거짓 계정’을 뚝딱 만들어서 여기저기 퍼나르는 글을 뭐 하러 쓸까? 그런 글을 쓰면서 책장사를 하면 즐거울까? ㅅㄴㄹ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