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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진해.창원 ㅣ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김대홍 지음 / 가지출판사 / 2018년 11월
평점 :
인문책시렁 53
《마산·진해·창원,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김대홍
가지
2011.11.30.
산복도로를 따라 등하교를 하고 고개만 돌리면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으니, 마산 사람들의 감수성은 어쩌면 산복도로에서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23쪽)
‘결핵휴양도시’ 마산의 명성은 해방 직후에 시작된다. 1946년 6월 1일 광복 후 최초의 국립결핵요양원이 오늘날 신마산 일대에서 문을 열었다. (58쪽)
혹시나 싶어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 혹시 웅천이라고 아세요?” “그게 뭔데?” 50여 년을 마산과 창원에서 살아오신 어머니다. 언젠가 어머니를 모시고 웅천 나들이를 한 번 해야겠다. (182쪽)
그 시절 내가 살던 마산에선 길을 걷다 보면 적당한 지점에서 전봇대가 나오고 개천이 나오고 구멍가게가 나와 길찾기에 이정표가 되어 주었지만 아파트 단지엔 그런 게 전혀 없었다. (237쪽)
2017년 기준으로 창원 길가에 심어진 메타세쿼이아 나무는 6700여 그루. 한자리에서 40년을 넘긴 이 나무들은 어느덧 평균 신장이 30미터를 훌쩍 넘는다. (288쪽)
마산에 사는 시인 한 분한테서 시집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마산 이웃님 시집을 읽으면서 마산에 이런 분이 이런 숨결로 이녁 고장을 사랑하는 길을 걷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마산내기이면서 경기도 광주에서 서재도서관을 꾸리다가 한동안 일을 쉬는 이웃님이 있습니다. 이 이웃님을 만날 적에는 언제나 마산말을 듣습니다. 이 이웃님은 어디에서 살건 어디를 다니건 늘 마산말을 씁니다. 삶에 깊이 뿌리내리고 몸에 오롯이 새긴 마산말이란, 이웃님 걸음자리마다 조용히 퍼지면서 상냥한 바람이 되기 마련입니다.
제가 떠올리는 마산이라면, 헌책집이 무척 많던 고장 가운데 하나요, 그저 헌책집을 찾으러 마실을 하던 고장입니다. 다른 분은 다른 분대로 마산이라는 고장을 바라볼 테고, 서로 어깨동무를 하는 진해하고 창원도 이러한 눈으로 바라보겠지요. 그러고 보니 마산하고 창원 시내하고 안골목에서 ‘오랜 헌책집 자리’를 더듬으며 하루 내내 걸은 적도 있습니다. 시내는 어디나 비슷하다고 느꼈고, 안골목도 어느 고장이든 닮았네 싶었어요. 나무가 자라고 텃밭이나 안뜰이 정갈한 안골목이란, 고장마다 그 고장을 아끼는 손길이 깃든 바람이 포근합니다.
《마산·진해·창원》(김대홍, 가지, 2018)은 부산에서 태어나 마산에서 1970∼80년대에 어린 날을 보낸 분이 세 고장을 둘러싼 발자취를 뚜벅뚜벅 거닐거나 자전거를 달리면서 새삼스레 돌아본 이야기를 다룹니다. 멋집이나 맛집을 찾아도 재미있을 텐데, 이보다는 삶집과 살림집을 둘러보면서 우리 이웃에 있는 여러 고장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자는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하겠습니다.
말 한 마디를 바꿀 뿐이지만, ‘민가·주택가’라는 이름이 아닌 ‘삶집·살림집’이라는 이름을 쓰면 느낌도 눈길도 확 바뀌기 마련입니다. ‘마을’로 볼 적하고 ‘재개발지구’로 볼 적도 아주 달라요. ‘골목’으로 마주할 적하고 ‘구도심’으로 마주할 적도 사뭇 다르지요.
우리가 사는 고장이 아닌, 이웃이 사는 고장으로 마실을 가려 한다면, 이웃한테서 어떤 숨결을 느끼면서 즐거울까요? 이웃이 우리 사는 고장으로 나들이를 온다면, 이웃한테 어떤 숨결을 보여주거나 함께 누리면 흐뭇할까요? 이제는 마실길을 새로 짚으면 좋겠습니다. 무슨무슨 신문이나 방송에 오르내린 발자취나 이야기 말고, 이웃 삶집하고 살림집이 흘러온 숨결을 우리 스스로 온마음으로 느끼면서 헤아리는 느긋하며 상냥한 걸음걸이가 되면 좋겠어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