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씁니다 ― 16. 켠



  작은아이하고 순천으로 나들이를 가는 길에 동시를 썼어요. 작은아이가 겨울에 발이 시리지 않으면서 꿸 만한 포근신을 장만할는지, 아니면 이리저리 둘러보는 구경길이면 될는지 생각해 보는데, 마실을 가는 길에 작은아이가 포근신을 딱히 바라지 않기에 찬찬히 이곳저곳 거닐며 구경하기로 했어요. 시외버스에서 내리기 앞서 ‘켠’이라는 글을 썼어요. 이날 〈골목책방 서성이다〉를 찾아갈 생각이었는데, 책집지기님이 시를 좋아하시고, 박노해 님이 쓴 시에서 ‘서성이다’란 말이 깃든 글을 좋아하시더군요. ‘서성이다’라는 말을 가만히 혀에 얹고서 생각했지요. 어디를 서성이고 어떻게 서성이며 왜 서성이는지를, 앞으로 어디로 가려는 서성임질이고, 이제부터 누구하고 어깨동무를 하려는 서성임짓인가를 더 헤아리니 ‘켠’이라는 낱말로 이야기가 솔솔 풀렸습니다. 저켠에 있는 아이를, 그켠에서 쓸쓸한 아이를, 이켠에서 같이 놀고 싶은 아이를, 어느 켠에도 고루 볕이 들고 환한 잔치가 될 수 있으면서 노래가 터져나오는 아이를 그리면서 글을 썼지요. 책집마실을 마치고서 고흥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외버스에서 작은아이가 잠들기 앞서 문득 한 마디 해요. “아버지, 다음에 부츠 사러 가자. 발이 시렵더라. 발가락하고 발바닥이 시려워.” 응? 아까는 포근신이 없어도 된다더니, 고흥하고 순천만 대도 바람이 확 다르지? 진작에 말을 했으면 나온 김에 장만했을 텐데. 오늘은 못 샀지만 다음에 다시 나와서 네 포근신부터 장만하자꾸나. ㅅㄴㄹ




우물쭈물하면서

거기 한켠서 서성이는

작은 아이를

얼핏 보았다


동무들하고 한참

술래잡기를 하는데

이쪽을 내내 지켜보며

그켠에서 꼼짝을 않네


드디어 술래 잡았다

이마에 흐르는 땀

손등으로 훔치고서

하늘에 대고 불쑥 외친다


“숨바꼭질 할 사람 여기 붙어라!”

저켠서 혼자 있던 아이

활짝 웃으며 달려온다

“나도 같이 할래!”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