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224. 내 모습이
내
모습이 고스란히 아이 모습이다. 그러니 내 모습은 고스란히 우리 어머니하고 아버지 모습이자 형 모습이다. 내가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몸짓은
언제나 우리 어머니하고 아버지하고 형을 보여준다. 잘하든 못하든 모두 같다. 우리 어머니나 아버지나 형이 이런 모습이나 몸짓이 아니어도 빌미가
될 씨앗은 모두 똑같이 품는다. 다시 말해서 나 스스로 바꾸면 모두 바뀌고, 나 스스로 새롭게 살아가면서 꽃피우려 하면 다 같이 거듭날 수
있다. 엊그제 어느 방송국에서 뭔가 찍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받아들일까 말까 망설이다가 오늘 ‘손사래’로 마음을 굳혔다. 우리가 쓴 책을
하나도 안 읽고서 찍겠다고 하니, 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다룰 만할까? 나랑 곁님이랑 아이들 삶을 바탕으로 쓴 책이 한 권도 아닌 꽤
많은데, 이 가운데 여러 권쯤은 읽어야 서로 이야기할 만하지 않을까? 무슨 소리인가 하면, 우리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 취재를 자꾸
받아들인 지난 몸짓이란, 우리를 이웃이나 동무로 사귀려는 뜻이 없는 사람들을 자꾸 손님으로 받은 지난 몸짓이란, 우리 아이들한테 하나도
배움거리가 못 된다는 뜻이다. 이웃이나 동무는 ‘남’이 아니다. 이웃이나 동무는 마음하고 삶을 읽으며 손을 잡으려고 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을 끊고 맺을 줄 아는 모습이 스스로 되어야, 아이들한테 사람을 사귀는 길을 제대로 가르쳐 줄 수 있겠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