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기원 최측의농간 시집선 2
조연호 지음 / 최측의농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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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58


《저녁의 기원》

 조연호

 최측의농간

 2017.7.13.



  추위란 무엇일까 하고 문득 생각하면, 우리 스스로 몸에 기운이 돌지 않아서 바깥 바람에 휘둘리는 모습이지 싶습니다. 옷을 껴입든 벗든 몸에 기운이 도는 사람은 추위를 안 탑니다. 날이 따뜻하거나 포근하더라도 몸에 기운이 돌지 않는 사람은 한여름에도 춥다고 느껴요. 겨울에도 마치 봄비 같은 겨울비가 내리는 고흥이라는 고장에는 겨울안개가 으레 낍니다. 워낙 폭하기 때문이에요. 추운 고장이라면 눈이 펑펑 쏟아지겠지요. 가까운 지리산만 해도 눈밭인걸요. 겨울비 내리는 마당을 바라보던 아이들은 비놀이를 즐기고, 저도 겨울에 이따금 아이들하고 비를 맞으면서 뒹굽니다. 《저녁의 기원》을 읽는데 여름하늘하고 여름바람을 이야기하는 노랫말이 새삼스럽습니다. 저는 할머니가 아니었어도 페인트를 바른 줄 눈치를 못 채고 걸상에 앉았다가 옷을 버리기 일쑤였습니다. 고등학생 무렵에도, 스물 언저리에도 그랬어요. 고흥에 비를 쏟던 구름이 흩어지자 눈부신 햇발이 퍼집니다. 봄빛 같은 비를 맞으며 봄까지꽃이나 갈퀴덩굴이 고개를 내밀고 냉이도 어느새 꽃까지 피웁니다. 이 곁에 다른 봄나물도 함께 떡잎을 내놓습니다. 삶이란, 사랑이란, 하루란 빗불 한 방울에서 비롯할까요. 너른 별자리란, 우리가 어우러지는 보금자리란, 빗물 먹고 노는 아이들 웃음소리에서 태어날까요. ㅅㄴㄹ



오늘 있었던 가장 아름다운 일은 우주가 검은 것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 / 여름 태풍이 만찬 식탁처럼 많은 촛대를 세운다는 것 (벌레를 쥐고 태어난 아이 1983-1986/43쪽)


쉴 겸 / 페인트가 마르지 않은 벤치에 앉았다가 / 할머니는 붉은색이 되어 돌아왔다 (키신의 나날/118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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