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꾹질이 나온다. 오랜만이다. 반갑구나. 딸꾹질이 멈추지 않으면 끅끅 하면서 다른 일을 하기 번거롭지만, 내가 아직 잘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으니, 딸꾹질 나오는 일도 나쁘지 않다.
배고프다. 지금은 새벽 네 시 삼십칠 분. 밤새 필름을 스캐너로 긁는 한편 글을 쓰고 있다. 어릴 적부터 밤을 새워 본 적은 딱 한 번도 없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거의 밤을 새울 뻔했으나 새벽 다섯 시에 깜빡 잠들어서 못 샌 적이 있고, 할머님 돌아가셨을 때는 새벽 여섯 시까지 허드렛일을 하다가 딱 십오 분을 잔 적 있을 뿐이다. 그러다가 군대에 들어가 이등병 때 곧바로 뛴 겨울훈련 때 밤새워 18시간 행군을 한 적이 있고, 똘아이 중대장을 만나 36시간 동안 쉬지 못하고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으며 얼차려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러니까 군대에서 두 번 밤샌 적이 있는 셈이로군. 이런 내가 지지난주에 한 번, 오늘 또 한 번 거의 밤샘으로 글을 쓰고 있다. 그런데 안 졸리다니. 참 놀라운 일이네. 하지만 배고프다. 밤새 깨어 있으니 배가 출출하다. 그래서 밥통에서 밥을 한 숟가락 퍼서 먹는다. 딱 한 숟가락만. 그리고는 한 시간쯤 다시 글을 쓰다가 다시 한 숟가락 먹고, 또 한 시간쯤 뒤 다시 한 숟가락을. 밥을 한 그릇 가득 채워 먹으면 배가 부를 테지만, 이렇게 배가 부르면 바로 졸음이 쏟아진다. 그런데, 어, 밥을 우물우물 씹고 있으니 딸꾹질이 멎네.
어제 인터넷새책방 ‘알라딘’에서 편지가 왔다. 내가 쓴 글을 보고 ‘미안하다’면서 적립금 2000원을 보내 주었다는 줄거리를 담았다. 글쎄, 딱히 미안할 일이 있을까. 하지만 미안하다고 느꼈다면 고맙다. 얼굴 안 보고 인터넷으로만 돈을 주고받은 뒤 책을 보내는 마당에, 서로 믿을 수 있도록 하지 않은 잘못을 조금이나마 느꼈다면.
노래 듣는 기계가 고장난 듯하다. 아니 맛이 갔나? 어제까지는 잘 돌아가더니 오늘은 영 삐리리하다. 테이프를 다 씹어먹을 듯 늘어진다. 기계가 퍽 오래되기는 했는데, 이렇게 삐리리하게 되다니. 심심하다. 그나마 혼자 지내는 시골집에 오직 하나 있는 말동무인데.
새벽 두 시쯤 마당에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구름이 퍽 많이 끼었다. 달이 잘 안 보였다. 조금 앞서 나와 보니 구름이 하늘을 온통 덮었다. 아침부터 눈이 내릴라나? 눈이 내린다면 제법 큰눈이 올 듯한데. 날이 좀 풀릴까 싶더니 다시 꽁꽁 얼어붙을지 모르겠다. 한 달 넘게 물을 못 쓰고 있는데, 어쩔 수 없이 봄까지는 이대로 지내야겠구나. 날이 밝으면 윗마을로 부리나케 올라가 물 한 동이 떠올까? (4340.1.30.불.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