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지 모르는 숲의 기억
박남수 / 미래사 / 1991년 11월
평점 :
절판


노래책시렁 38


《어딘지 모르는 숲의 기억》

 박남수

 미래사

 1991.11.15.



  노래는 노래하는 가슴에서 흐릅니다. 춤은 춤추는 손길에서 피어납니다. 이야기는 이야기하는 눈에서 빛납니다. 모두 그렇습니다. 다른 데에서 오는 노래나 춤이나 이야기란 없습니다. 노래하고 춤하고 이야기를 생각하고 품으며 나누는 사람들이 선 자리에서 바로 노래랑 춤이랑 이야기가 자랍니다. 《어딘지 모르는 숲의 기억》을 읽으면, 어디인지 스스로 모르지만 어렴풋이 느끼는 이야기를 노래하는 한 마디 두 마디가 이슬처럼 어우러져서 흐르는구나 싶습니다. 굳이 꾸미거나 애써 덧바르지 않아도 됩니다. 마음에 흐르는 말을 고스란히 옮기면 됩니다. 이렇게 손질하거나 저렇게 보태지 않아도 됩니다. 마음에 살포시 얹는 꿈을 말로 풀어내면 됩니다. 시란 어렵지 않습니다. 꽃밭에 뛰어들어 꽃이 되는 몸짓을 고스란히 적으면 시입니다. 시란 대단하지 않습니다. 바람에 날리는 잎처럼 우리 몸을 바람에 날려서 이 느낌을 낱낱이 적으면 시입니다. 할머니가 꽃씨를 받는 손길대로 쓰기에 시요 노래이며 이야기입니다. 아이가 꽃송이를 쓰다듬으면서 반갑다고 속삭이는 마음길대로 쓰기에 시이자 노래이자 이야기예요. 우리는 언제부터 이런 시를 잃었을까요? 우리는 언제쯤 이런 시를 되찾을까요? ㅅㄴㄹ



꽃밭에 뛰어들면 / 꽃이 되고 / 날리어 흐르는 바람의 수염. / 푸른 하늘에 / 걸리어선 / 나부끼는 기폭이 되다가, (바람/20쪽)


할머니 꽃씨를 받으신다. / 방공호 위에 / 어쩌다 핀 / 채송화 꽃씨를 받으신다. (할머니 꽃씨를 받으시다/24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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