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11.17.


《80세 마리코 1》

 오자와 유키 글·그림/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18.10.31.



내가 몇 살까지 살면서 삶을 지을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이백 해쯤은 헤아린다. 왜 이백 해를 헤아리는지 나도 잘 모른다. 어느 날 불쑥 이백이란 숫자가 보였을 뿐이다. 나이가 들며 늙어 가기보다는, 나이를 받아들이면서 슬기롭고 즐거우며 아름답게 하루를 누리자고 여긴다. 이런 마음 그대로 《80세 마리코》 첫걸음을 받아들인다. 이 만화책에 나오는 소설지기 마리코 님은 여든이란 나이에 제 집을 박차고 나와서 홀로서기를 하려 한다. 스스로 소설을 써서 지은 집이지만 아쉬워하지 않는다. 스스로 즐거이 낳아 돌보던 아이들이 며느리도 얻고 손주도 낳으면서 지내는 집이지만 더 쳐다보려 하지 않는다. 누구보다 ‘오늘 내가 할머니라는 나이로서도 스스로 얼마나 즐겁게 하루를 지을 줄 아는가’를 돌아보려 한다. 그래서 여든 살 소설지기라 하더라도 젊은 만화가나 소설가나 학자가 쓴 책을 찬찬히 읽으며 기쁘게 배우려 한다. 나이를 떠나 사람으로서, 목숨으로서, 두 다리로 이 땅을 씩씩하게 딛고서 살아가려는 꿈으로서 하루를 열려 한다. 2018년 10월 끝자락에 첫걸음이 한국말로 나왔으니 두걸음이 나오려면 꽤 기다려야겠지. 언제 두걸음 세걸음이 나오려나? 손가락을 쪽쪽 빤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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