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아닌 권력자는 읽지 않는다
나는 따로 좋아하는 작가를 두지 않고 오직 작품만으로 읽습니다. 즐겨읽는 작가가 몇 사람 있다면, 그이를 좋아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이가 새로 펴내는 작품이 늘 새롭게 돌아보며 배울 만한 이야기가 있다는 뜻입니다. 어느 작가가 보여주는 말이나 몸짓이란, 그이가 손가락으로 뻗는 곳이란, 그이 삶일 텐데, 그이 삶으로 무엇을 보여주느냐를 돌아본다면 요즈막 어느 분이 쓰는 글이나 하는 일이란 그분이 흔히 다른 사람을 손가락질할 적에 쓰는 ‘진보 장사’이자 ‘여성성 장사’라고 느낍니다. 사내는 가시내를 노리개로 삼으며 재미를 얻으려 하는데, 이뿐 아니라 주먹힘까지 얻어요. 사내가 오랫동안 일삼은 노리개질을 가시내가 똑같이 따른다면, 가시내도 잔재미뿐 아니라 주먹힘을 거머쥐려 하거나 거머쥐었다는 뜻이요, 이런 길을 걷는 이가 한국에도 몇 사람 눈에 뜨입니다. 그이들은 작가라는 이름으로 살지만, 정작 작가이기보다는 권력자로 살아왔지 싶습니다. 저는 작가 아닌 권력자가 부리는 칼부림이 드러난 글이나 책은 참모습을 감추는 권력질이라고 느껴서 그러한 글이나 책은 안 읽고 우리 도서관에는 그런 책을 안 두며 살아왔습니다. 때로는 자료로 몇 권 두기는 하지만. 허영만 만화책이라든지 고은 시집이라든지 모윤숙 시집이라든지 김활란 수필책이라든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람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