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11.13.
《아빠가 길을 잃었어요》
랑힐 닐스툰 글·하타 고시로 그림/김상호 옮김, 비룡소, 1998.1.30.
엊저녁에는 자전거를 몰아 면소재지 우체국에 다녀왔다. 산청 이웃님 아홉 분한테 두 권씩 책을 부쳤다. 모두 열아홉 가지 책에 석줄시를 붙였고, 아홉 분마다 동시를 한 꼭지씩 써서 넣었다. 책을 상자로 꾸리니 꽤 크고 묵직하다. 일찌감치 지는 해거름을 누리며 시골길을 달리니 상큼하다. 다만 이제 손이 시리네. 다음에는 장갑을 챙겨야겠다. 어린이책 《아빠가 길을 잃었어요》를 잠자리에 들기 앞서 읽었다. 어느 날 집을 옮기는데, 곁님이 새집이 어디인지 꼼꼼히 주소를 안 가르쳐 주었기에 그만 이레 동안 길을 잃은 아저씨가 나온다. 그런데 왜 아저씨는 집이 어디인가를 잊었을까? 왜 집이 어디인가를 제대로 알아보려 하지 못했을까? 한국뿐 아니라 노르웨이에서도 집안일은 가시내가 거의 도맡는 살림이었구나 하는 줄거리를 새삼스레 엿본다. 참말로 이 지구별 어느 곳에서나 사내들은 돈벌이 아니고는 못 보고, 아이를 돌보는 사랑이나 집안을 가꾸는 기쁨하고는 동떨어진 채 사는구나 싶기도 하다. 함께 차려서 먹는 재미, 함께 치우며 노래하는 기쁨, 서로서로 돕고 어우러지면서 신나게 놀고 꿈꾸는 길이 바로 삶길인 줄, 노르웨이에서도 한국에서도 어른 아이 모두 일찌감치 깨달으면 좋겠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