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밥도둑 창비시선 109
심호택 지음 / 창비 / 199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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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37


《하늘밥도둑》

 심호택

 창작과비평사

 1992.12.15.



  숱한 사내들이 으레 잊고 사는데, 사내 곁에 있는 가시내는 하느님, 곧 여신이지 싶습니다. 사람을 비롯한 모든 숨결을 따스히 사랑하며 보드랍게 어루만질 줄 아는 하느님이 바로 가시내이지 싶으나, 이를 사내들은 으레 잊거나 모르지 싶습니다. 사내들이 이를 일찍부터 느끼거나 깨닫거나 배운다면, 살림하는 하느님 곁에서 살림을 배워 함께 살림을 짓겠지요. 아이를 돌보는 하느님 곁에서 아이를 같이 돌보는 하루를 배우며 보금자리를 가꾸겠지요. 《하늘밥도둑》에 나오는 조그만 사내 이야기에 웃음이 납니다. 글쓴이는 “쪼그만 가시내 하나 때문에”라고 말합니다만, 쪼그만 가시내 아닌 “하느님 한 분”이었겠지요. “여신 한 분”이었을 테지요. 하느님 곁에서 따스한 사랑을 배우고 싶어, 하느님 가까이에서 사람을 사랑하고 살림을 노래하는 길을 받아들이고 싶어서, 그렇게 “어푸러지며 고꾸라지며 달려”갔을 테지요. 사내들은 이런 마음하고 몸짓을 잊지 말아야지 싶습니다. 나이가 어리건 나이가 들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살아야 즐거우며 아름다울까 하고 생각해야지 싶습니다. 온누리 사내가 즐거우며 아름다운 사랑으로 나아갈 적에, 땅강아지도, 그러니까 하늘밥도둑도 조용히 다시 깨어나리라 봅니다.



우리들 한 뜨락의 작은 벗이었으니 / 땅강아지, 만나면 예처럼 불러주련만 / 너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거냐? (하늘밥도둑/12쪽)


쪼그만 가시내 하나 때문에 / 예배당 종소리 한번도 안 놓쳤다 / 만날 수 있을까 / 새벽 잠 떨치고 / 눈구렁 헤치며 달려갔다 // 그로부터 이십년 / 나는 나에게 묻는다 / 오늘도 그 종소리 들려오냐고 / 어푸러지며 고꾸라지며 / 달려갈 거냐고 (이십년 후/100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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