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 눈 속의 연꽃 문학과지성 시인선 97
황지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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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35


《게 눈속의 연꽃》

 황지우

 문학과지성사

 1990.12.1.



  어른들은 쉬 잊지만, 집에 텔레비전이 있으면 어른도 아이도 텔레비전을 바라봅니다. 집에 책이 있으면 어른도 아이도 책을 보아요. 집에 꽃이 있으면 어른도 아이도 꽃을 보고, 집에 밭이 있으면 어른도 아이도 밭을 볼 테지요. 아이들 눈길하고 배움길은 늘 어른 하기 나름이라고 느낍니다. 어른 스스로 어떤 사람으로 새롭게 자라려느냐 하는 생각에 따라 아이들 삶이 달라지지 싶어요. 《게 눈속의 연꽃》을 읽다가 글쓴이 집에 있는 텔레비전을, 또 이 텔레비전에 멍하니 빠져든 아이들 모습을 그립니다. 텔레비전을 치우고 아이들하고 이야기를 할 생각을 했다면, 그래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아이들한테서 배우는 살림을 지었다면, 아마 ‘다른 시’를 썼으리라 봅니다. 서울하고 인천을 오가는 전철을 탄 글쓴이는 동냥하는 장님 어비아들을 마주하는데, 지켜보기만 했을는지 동냥그릇에 쇠돈 몇 푼 넣었을는지에 따라 ‘다른 시’를 쓰겠지요. ‘인천-서울’ 전철을 오래 길게 탔던 저는 동냥그릇에 돈닢 넣어 주는 분을 드물게 보았습니다. 제 주머니에 있던 책 살 돈을 슬그머니 넣곤 했으며, 때로는 버스삯을 털어넣고서 집까지 걸어가곤 했습니다. 전철이 ‘사상’을 싣고 다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을 싣지 않을는지요? ㅅㄴㄹ



그렇게 텔레비전을 못 보게 해도 / 그래서 스위치 꼭지를 빼어 감춰버렸는데도 / 아이들은 어느새 / 앉아서 / TV를 禪하고 있다 / TELEVISION (아이들은 먼 것을 보기를 좋아한다/76쪽)


전철은 사람을 싣고 서울로 오지만 / 빈 전철은 사상을 싣고 인천으로 간다 / 盲人 父子가 / 내 主를 가까이 / 를 부르며 / 내게 가까이 온다 (인천으로 가는 젊은 성자들/78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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