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11.8.
《모든 것을 사랑하며 간다》
박노자·에를링 키텔센, 책과함께, 2013.6.25.
큰아이가 냉장고 얼음칸에 카레가루가 남았다고 알려준다. 다 쓴 줄 알았는데 아직 있구나. 그러면 모처럼 카레를 끓일까. 두 아이가 감자랑 양파랑 당근을 손질해 주는 동안 밥을 안치고 고기 핏물을 빼고 이모저모 부산하다. 셋이 함께 밥을 지으니 일찍 마친다. 밥을 짓든 집안을 치우든 빨래를 널고 개든, 아이들 손길이 나날이 자란다. 그야말로 모두 사랑스러운 하루이지 싶다. 옛스님이 슬기롭게 남긴 말씀을 새롭게 갈무리한 《모든 것을 사랑하며 간다》를 읽는다. 어느 스님은 말을, 책을, 삶을, 몸짓을, 아이들하고 어우러지는 놀이를 남겼다고 한다. 다 다른 스님이 다 다른 결로 다 다른 이야기로 즐겁게 배운 삶이 노래처럼 흐른다. 엮은이 두 사람은 이런 모습이 반가워서 이렇게 책짓기를 했을 테지. 아침에 먹고 남은 카레에 저녁에는 떡볶이떡을 넣고서 새로 끓인다. 어떠니? 오늘 하루 즐겁게 누린 밥이니? 즐겁게 먹고서 기운을 낸 오늘은 어떤 놀이를 하고 무엇을 익혔니? 모처럼 하루 내내 가을비가 쏟아졌다. 나는 마당에 서서 맨몸으로 가을비를 맞으며 춤을 춰 보았다. 고흥은 늦가을에도 포근하다. 빗방울이 맨살에 닿는 느낌이 상큼하다. 빗물은 몸을 씻기면서 마음도 함께 씻어 주는구나 싶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