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시인 문학동네 시인선 74
함명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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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44


《무명시인》

 함명춘

 문학동네

 2015.11.15.



  우리는 누구나 시를 쓸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인이 되도록 시를 쓸 노릇이 아닌, 여느 자리에서 흔히 쓰는 모든 말이 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처럼 꾸며서 말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수수한 이야기 한 토막도 시처럼 사랑스럽고 아름다울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어른 사이에서도, 어른하고 아이 사이에서도 모든 말은 오롯이 시로 흘러야지 싶습니다. 《무명시인》을 읽으면서 오늘날 젊은 분들이 쓰는 시는 시라는 옷은 입되, 아직 시라는 이름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껍데기 아닌가 하고 느낍니다. 그렇다고 젊은 시인을 탓할 수 없어요. 젊은 시인은 늙은 어른이 닦아 놓은 사회라는 틀에 맞추어 살면서 이런 시를 썼을 뿐입니다. 다만 젊은 시인도 젊은 시인 나름대로 스스로 이 낡은 틀을 벗어던지거나 깨부수려는 몸짓이 적었지요. 말재주를 부린대서 낡은 틀을 벗거나 깨지 못합니다. 오직 삶으로 스스로 즐겁게 언제나 아름말과 사랑말을 해야 비로소 낡은 틀이 녹아서 사라집니다. 네, “문학적 표현”이나 “시적 수사”가 아니라 ‘아름말’하고 ‘사랑말’로 생각을 짓고, 삶을 지으며, 꿈을 짓는 길에서 모든 말이 더없이 기쁘게 춤추는 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아직도 내 기억을 눌러쓰고 있는 빨간 모자 군용 트럭으로 끌려간 형의 머리카락을 싹둑싹둑 잘라내던 빨간 모자 농성중인 여공들에게 쇠파이프를 휘둘러대던 빨간 모자 무허가판잣집들을 무허가 해머로 마구 때려 부수던 빨간 모자 그것도 백주대로에서 부녀자를 봉고차에 강제로 실어가던 빨간 모자 법도 윤리도 없는 빨간 모자 (빨간 모자/31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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